웃음과 해학이 넘쳐 미스터리가 어려운 - 충남 서산
날씨도 따뜻하고 벚꽃구경을 갈까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지원특가 라는 당일 패키지 여행을 알게 되었다.
가격이 대략 1인 25,000원에 왕복 교통비와 관광지 입장료가 포함되는 패키지로 굉장히 싼데다 지역이
다양해서 이것저것 보다가 벚꽃과 수선화가 예쁘다는 서산으로 정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서산시에서 여행사에 지원을 해주고 여행사는 싸게 관광객을 모객해서 관광지를 돈 다음에
서산 지역에서 구매한 영수증만 제출하면 되는 패키지였다.
여행사로서는 싼 가격에 패키지를 내놓으니 모객이 쉽고, 여행자로서도 저렴하게 나들이 다녀오기 좋고,
지역경제에도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괜찮은 패키지였다.
다만, 하루에 워낙 많은 여행지를 돌아다녀서 (서산의 경우는 네 군데) 다녀오면 완전 뻗는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광화문(07:00) → 양재, 죽전 경유 → 휴게소
→ 유기방 수선화 가옥 → 마애여래삼존상 → 서산동부시장 → 해미읍성 → 개심사 → 휴게소
→ 양재, 죽전 → 광화문 (20:00) → 실신
대략 서산의 유명한 관광지는 다 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유기방 가옥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72-10
3-4월 초 수선화가 절정일 때 가면 더 이쁘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수선화가 많이 져서 언덕 위쪽에만 남아있었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5-13
앉아서 보면 눈동자가 보인다고 한다. 훼손 문제가 있어 가까이에선 볼 수 없다.
유기방가옥과 마애삼존불을 본 뒤, 점심을 먹으러 서산동부시장으로 갔다.
동부시장의 맛집을 찾다가 서산의 전통?음식인 게국지라는 것을 알게 되어, 게국지로 유명하다는
진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진국집
충청남도 서산시 읍내동 1
추천도 ★★ (특이한 걸 먹고 싶다면 ★★★)
게국지는 게를 우린 국물에 묵은지를 넣고 끓인 음식이라고 하는데 냄새와 맛이 굉장히 독특하다.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라고
다른 블로그에서 봤는데 음식을 안 남기고 다 먹는 나조차도 다 못 먹고 나올 정도였다. 다신 안 먹어도 될 맛;;;
서울이나 다른 지방의 현지화된 게국지보다 이 곳의 게국지가 정말 오리지널 게국지의 맛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꿉꿉한? 맛과 향이 났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뭐든 잘 먹는 나로서도 꽤나 불호의 맛이었다.
계란찜과 추가로 시킨 어리굴젓을 제외하고 반찬도 그냥 그랬다 ㅠㅠ 뭔가 2% 부족한 듯한 맛은 서산 여행을 하는 내내
느꼈다.
일요일이었고, 관광객이 많이 몰린 탓인지 진국집의 줄이 꽤 긴편이었는데, 기다리고 있자니
방금 밥을 먹고 나온 부부 중 부인 쪽이 우리 뒤에 섰고 나중에 나온 남편이 부인을 불렀다.
남편 : 아니 방금 밥 먹고 나왔는데 뭘 또 줄을 서고 그려~
부인 : 여기 줄 서면 뭔가 좋은 게 있는 줄 알았제
남편 : 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줄에서 나와
두분은 진정한 만담가였다. ㅡㅡ;;
10분 정도 기다리고 안에 들어갔는데 뭔 놈의 국이 이리 오래 걸리는지 ㅠㅠ 무려 20분만에 음식이 나왔다.
점심시간 1시간 20분밖에 없는데다 동부시장의 솥뚜껑 호떡도 먹어야 하는데, 초조해 죽는 줄...
결국 20분만에 나온 음식을 갖다주면서 주인 아저씨는
주인 아저씨 : 맛없는 음식 기다려주느라 미안해요~
계산할 때,
주인 아저씨 : 맛없는 음식 오래 기다리셨으니께 추가 공기밥 값은 빼줄게요. 고마워유~
나 : (진짜 맛 없었어요 라고 말할뻔 했지만 웃으면서) 반찬 맛있었어요~ 공기밥값 빼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맛이 없었다기 보단 그냥 내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ㅜㅜ
진국집에서 시간을 너무 써서 일행은 유명 만두집으로 갔고, 난 동부시장의 기름을 쓰지 않고 솥뚜껑에서 굽는다는
호떡을 사러 갔다.
결과적으로 맛은....
![]() 추천도 ★★★ 마늘향이 강한 조금 특이한 만두로 맛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엄청 맛있다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
![]() 추천도 ★★★ 기름없이 솥뚜껑 위에서 구워주는 호떡집. 동부시장 명물이라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쉽게 샀다. |
둘다 역시 2% 부족한 맛이었다. 만두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대단히 맛있다고 느끼긴 어려웠고
호떡은 기름없이 구워서인지 담백하긴 하지만 밀가루 냄새가 너무 났다.
백종원이 해미읍성 앞 호떡집에 마가린을 괜히 제안한 것이 아니다. 역시 기름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백종원이 솔루션했다는 해미읍성 호떡집은 줄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배도 너무 불렀거니와
이미 솥뚜껑 호떡을 먹은 뒤라 먹지는 않았는데, 먹은 사람 말로는 일반 호떡과 똑같다고 한다;;;
해미읍성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낙안, 고창읍성을 비롯해 원형이 잘 남아있는 3대 읍성 중 하나. 낙안읍성만 가면 트리플 완성이다 -_-
여기서 퀴즈입니다. 해미읍성 앞에 절대 없는 맛집은? 정답은 스크롤 맨 아래에.
개심사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서산의 유명한 벚꽃명소 중 하나. 일반적인 분홍 벚꽃도 가는 곳마다 피어있지만 국내에서 보기힘든 청벚꽃이라는 것이 있다.
꽤나 규모가 작은 절인데 거기에 관광객이 몰려 느긋하게 벚꽃 구경하기엔 힘들다.
게국지, 솥뚜껑 호떡, 만두가 다 별로여서... 음 서산의 맛은 이런거신가!! 하고 생각했는데
동부시장을 나오기 전, 발견한 협성국수공장이라는 곳에서 1.2kg 소면이 4500원이라서 한번 사봤다.
(소면 굉장히 좋아함)
돌아와서 끓여먹어보니 그 맛은....
협성국수공장
충청남도 서산시 동문동 885-7 C동 1층
추천도 ★★★★★
엄청나게 맛있었다. 면이 탱탱하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하다. 차게 먹을 때가 특히 맛있는 것 같다.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데 인터넷판매도 하면 좋겠다. (찾아보니 스마트스토어는 없었지만
전화로 택배주문하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로또 오천원어치도 샀는데 로또 자동으로 사는데 왤케 오래 걸리나 했더니,
아저씨가 봉투에 로또를 주섬주섬 넣어주고 있었다 ㅡㅡ;;
로또랑 봉투만 줘도 되는데 넣어주기까지;;; 시간 없어 죽겠는데...
빨랑 주세요! 라고 말할 뻔 했지만,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 라고 말할까봐 참았다. ㅡ.ㅡ
그런데 아저씨가 봉투 주면서 1등 되세유! 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너무 급해서 봉투는 낚아채듯 받아옴)
좋은 아저씨였다 ㅠㅠ....
여행하면 미스터리 스팟을 찾는게 취미지만, 어쩐지 서산은 웃음과 해학이 있어 미스터리같은 서슬퍼럼은 커녕
애매함만 남기고 왔다.
그렇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풍자와 해학이 있지만 먼가 느리고 애매하다.
하지만 서산의 진짜 매력은 마애여래삼존상같은 온화한 미소와 협성국수공장처럼 2대째 묵묵히
국수면을 뽑아내는 사람들이 아닐까.
퀴즈 정답 : 부대찌개 집 (햄이읎성 ㅡ.ㅡ)
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