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틴틴]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스페이드
두달전쯤,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최대 독립출판 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린틴틴이란 출판사의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원래는 스페이드 대실해밋이라는 책을 먼저 보았고 (유명하니까 눈에 띄었던 듯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실해밋의 단편집과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 라는 책을 세트로 팔고 있었다.
3시... 의 경우 크레이그 라이스의 데뷔작을 국내에서 초역한 사례라고 출판사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고, 사실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구미가 당겨 구매하게 되었다.
찾아보니 크레이그 라이스에 대해선 위키에서 문서가 만들어지지 않을만큼,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닌 듯 하고
국내 출간도 3시...를 제외하곤 동서 미스터리베스트에 랭크되어 있는 스위트홈 한 작품만이 유일하다.
다만, 추리소설가 최초로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고, 애거서 크리스티와 페이퍼백 판매량을 겨룰 정도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였던 것 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유행이 꺼진 후, 여느 추리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물론 슈퍼스타들을 제외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런데 그런 크레이그 라이스의 데뷔작을 린틴틴이라는 독립출판에서 발굴하여 이번에 출판을 하게 된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고, 여류 소설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풍은 사뭇 다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빅토리아풍의 고전적 이미지가 풍기는 반면, 크레이그 라이스는 같은 시대라고
느끼기 어려울만큼 현대적이고 요즘 느낌이 난다.
다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건 자체는 무척 흥미로운데, 전반적인 구성이나 전개가 어설프다 라는
인상이 있다. 조금 잘쓴 웹소설 같은 느낌. 캐릭터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주인공의 역할이 너무 약하고,
주연인지 조연인지 모르는 주변인물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막판에 주인공이 나타나서 다 풀어버린다.
이 소설은 꽤 성공했다고 하는데, 당시에 가볍게 읽는 오락거리용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덧붙여, 주인공들이 하루종일 술을 마셔대서 소설이 술잔 속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특히 여주인공격인 헬렌은
음주운전까지 일삼아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때는 이런게 통용되던 시기였나 싶었다.
(참고로 193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고 작가도 알콜중독이었다)
그리고 같이 구입한 스페이드는 실려있던 4개의 단편이 모두 별로였다. 3시..는 통통 튀는 매력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번역의 문제인건지, 아니면 원래 문장의 문제인건지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종종 이해가 안될 때가 있었다.
게다가 추리의 맥락이 없는 느낌이라, 단편이어도 개성이 넘쳤던 코난 도일이나 딕슨 카를 생각하면 더더욱
별로였던 거 같다. 대실 해밋의 수작이라 불리우는 말타의 매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책만 본다면
통속잡지에 연재하는 싸구려 소설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옛 스타작가를 소환하여 출간할 결심을 한 린틴틴이라는 출판사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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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 story -
홀리 잉글하트는 몸이 묶인채 관에 들어가 있는 악몽을 꾸다가 자명종 소리에 잠이 깬다.
자명종 소리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안은 쌍둥이 형제 글렌이나 집을 돌봐주는 파킨스 부부마저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가는 방마다 시계는 모두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끼며
알렉스 이모의 방에 찾아간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 딱딱하게 굳어 사망한 이모의 시체를 발견하곤 쓰러진다.
다음날, 홀리와 사랑의 도피를 하려던 인기밴드의 리더 딕 데이턴은 약혼녀 홀리가 나타나지 않자
매니저인 제이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잉글하트 집안의 실세이자 독선적이며 괴팍한 성격의 알렉스 이모가
홀리의 결혼을 반대해 둘은 도망치고자 했던 것이다.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기자 출신인 제이크는 원래 알고 지내던 경찰 서장 재스퍼 플렉에게 상황을 묻는다.
메이플 파크의 부호이자 유명 집안인 잉글하트가의 대모가 살해 되었으며, 그녀의 조카딸인 홀리 잉글하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 되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홀리에게 불리한 상황 증거 뿐이지만, 제이크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무죄인 것을 눈치채고 이를 돕기 위해 시카고 최고의 변호사 존J.말론에게 해당 사건을 의뢰한다.